내일이 없는 시한부 공주라서요, 은소로 작가의 두번째 동양풍 로맨스 판타지

내없시, 은소로, 카카오페이지

너무나 강력한 힘을 타고난 탓에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천상의 공주님은 한낱 인간 아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금지옥엽 고명딸 천명공주 상라희요는 부모의 강력한 신력을 물려받아 몸이 버티지 못해 걸핏하면 삼도천을 건너기 일수다. 태어난지 200년이 넘도록 병석에 누워만 있어 몸 조차 자라지 못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탓에 제대로 된 생활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다.

209살이 된 후, 어김없이 죽은 자들이 건너는 삼도천에서 눈을 뜬 천명공주는 자신의 수명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는다. 자신을 극진히 사랑하는 염라대왕과 옥황상제, 두 부모님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함을 생각하던 중 은색머리를 가진 사연 많은 여자아이 '세루화'를 만난다. 인간치고는 굉장히 긴 수명과 건강함을 타고났지만, 주변을 둘러싼 비극으로 인해 더 이상 살아갈 의지를 잃은 '세루화'를 자신의 선동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그녀의 남은 생을 받기로 하고 '세루화'의 몸에 빙의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한 몸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세루화'를 둘러싼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역경이 펼쳐져 있었다. 살아있는 어둠이 되어버린 운나라의 세자 '천결우'의 세자빈으로 팔려 오듯이 시집왔는데, 국혼 날 세자빈은 세자에게 죽고 말 거란다.

하지만 천상과 지하의 유일한 공주 앞에선 한낱 인간들이 벌이는 술수들이란 하룻강아지같다.

한국 전통 신화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하모니

은소로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전작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가 완결 난지 9개월 만이다. 이번 작품은 한국 신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동양풍 판타지 장르라는 것이 특징적이다. 사실 은소로 작가가 동양 판타지 작품을 처음 집필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도 상반기에도 '교룡의 주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써낸 적이 있다. '교룡의 주인(이하 교주)'은 100편 아래의 웹소설로 치면 많지 않은 편수의 단편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에도 용과 왕족 사이의 묘한 주종 관계를 독창적으로 묘사하여 호응받았던 수작이었다. 굥교롭게도 '교주'의 주인공이었던 유리서란 또한 성년이 되어 마니식을 진행하게 되면 세자에게 자신의 심장을 받쳐야 하는 일종의 시한부였다는 점에서 오늘 소개하는 작품인 '내일이 없는 시한부 공주라서요(이하 내없시'의 주인공인 상라희요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사실 동양풍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중세풍 로맨스 판타지 장르보다는 좀 더 마이너 장르이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지란 플랫폼이 이제 막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던 2년 전에는 더더욱 '교룡의 주인'이라는 작품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묻힌 감이 있다. 그러나 은소로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이번 작품인 '내없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 보인다. 원래도 짜임새 있고 현실적인 세계관 묘사로 유명한 작가 특유의 장점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임에도 익숙지 않은 '무속 신화'와 각종 전통 설화 속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어 '처용'이나 '바리데기' 같이 익숙한 이름들이 나오면 사뭇 반갑기까지 하다. 익숙지 않기 때문에 이질적이고 어설플 수 있는 한국 설화 차용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녹여내어 풀어내는 것은 은소로 작가가 아니면 힘들 수 있었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은소로 작가의 작품적 특징 중 하나는 주연 캐릭터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 또한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낸다는 것이다. 허투루 쓰임이 없는 잘 짜인 캐릭터의 합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인다. 하지만 역시나 은소로표 주인공의 특징적인 캐릭터성은 동일한데, 강력한 힘을 가진 소녀와 엄청난 강자지만 그녀를 서포트하는 남주인공이 그것이다. 거의 세계 최강일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주인공으로 묘사되지만 그에 반하는 최종 빌런 또한 그만큼 강력하게 그려내는 것이 은소로 작가의 장기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떤 극적인 연출을 보여줄 것인지 매우 기대가 된다.

총평

매력적이고 독특한 한국적 세계관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작품을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선택하길 바란다. 현재 95편 정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었다. 주인공들의 나이가 아직 어린만큼 애정전선은 빌드업하고 있으며, 이제 막 흑막이 등장했기 때문에 전개상 초중반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