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낯선 이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마법과 검기가 난무하는 판타지 세상에서 '아멜리아'라는 낯선 인물로 눈을 뜬 이후, 7년간 전쟁터에서 개처럼 구르며 능력을 키웠다. 이제 전쟁도 끝났고 날 천대시 했던 이들에게 복수도 하고 잘 먹고 잘살려고 했더니, 갑작스러운 이명과 함께 정신을 차리자 원래 내가 살던 세상이다. 내가 7년간 '아멜리아'로 살았던 것처럼, 내 영혼이 빠져나간 몸에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살았는지 가족이며, 친구며, 연인이며 익숙한 게 하나도 없다. 거기다가 초능력 따위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원래의 세상이 이능력자들인 에스퍼와 가이드라는 존재가 생겨있지 않나,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던전이 자연재해처럼 일어나질 않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려 발버둥을 쳐 보려 알바도 하고 전셋집도 얻어보는데, 에스퍼 랭킹 2위 '연우진'이라는 녀석이 있는 족족 집을 무너뜨려 버린다. 자그마치 3번이나! 그렇게 타의에 의한 3번의 유목민 생활 끝에,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카페를 차렸다. 그리고, 판타지 세계에서 얻은 지식으로 만들어낸 디저트로 대박이 났다!
이제 대박 난 자영업자로 호의호식하며 잘 살까 싶었는데, 카페 단골손님 중 한 명이 자꾸 눈에 밟힌다. 눈 돌아가게 잘생긴 얼굴로 동정심을 자극한다. 가이드 없이 살 수 없는 존재가 에스퍼라는데, 맞는 가이드가 없어 항상 파리한 낯을 하고 돌아다닌다. 이능력자는 국가에 등록되어 군 복무를 해야 하기에 편안한 삶을 위해 가이드 능력을 숨기려 했는데, '주연우'라는 이 남자에게 꽁꽁 얼어붙어 있던 경계심 많은 마음이 자꾸 허물어지려 한다.
그런데, '주연우'가 '주연우'가 아니란다. 내 집을 3번이나 부숴 먹은 '연우진', 바로 그 남자다.
누나밖에 모르는 톨 앤 핸섬 영 앤 리치와 적당히 잘 짜인 가이드 버스의 콤비네이션.
별로 어렵지 않다. 술술 읽힌다. 여주인공의 성격은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 트랜드답게 시원하고 막힘이 없다. 7년간이나 이세계에서 살아남았고, 다시 회귀한 원래 세계에서 막막한 현실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단단함도 있다. 남자주인공의 성격 또한 인기 있는 웹소설의 트랜드를 따라간다. 거의 세계관 최고에 가까운 강자지만 내 여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약해지는 순정남이다. 이 작품이 타 작품들과의 차별점을 갖는 특징적인 지점으로는, 남자주인공이 연하이고 작 중 내내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작가의 취향이 반영되어 의도가 분명한 호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누나'라는 호칭과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다소 호불호가 있는 연애적 요소 때문에 일부 독자들에겐 장벽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나부터, 순전히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누나'라는 호칭이 등장할 때마다 묘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작품 몰입에 큰 방해 요소라기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초반의 진입장벽만 넘는다면 이후 전개에서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을 만한 요소이다.
본 작품의 전개 적 완성도는 꽤 짜임새가 있는 편으로 기승전결이 뚜렷한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될 만하다. 주인공이 왜 이세계로 넘어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다시 원래 세계로 회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복선 수거도 잘 되어 있다. 사건과 인물 간의 인과 관계도 잘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120회차 정도의 짧은 회차 편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늘어지는 내용 없이 밀도 있게 내용이 진행되어 흥미도나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후반 부에 스토리 상 최종 흑막이 등장하여 내용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았을 때, 최종 흑막이 너무 허무하게 퇴장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로판 세계관과 원래 세계관의 내용이 교차하는 시점에서 작가가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급하게 마무리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후 진짜 '아멜리아'가 등장하는 시점에서부터 로판 세계관에서 흑막과 대치하는 상황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캐릭터성으로 끌고 가는 로맨틱 판타지 소설의 특성상 너무 복잡한 정치 상황과 사건들을 배치하는 것 보다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사랑이 확인되고 확실시된 이상 스토리의 힘이 빠지기 때문에 적당히 마무리 지은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최선 보다는 차선의 결말이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다.
총평
120편 내외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이드 버스 세계관 작품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완결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것과 원래의 세계로 다시 회귀했다는 것이 타 작품과의 차별점이다. 주연 캐릭터들도 매력이 있으며, 조연 캐릭터들도 적절히 개성을 가지고 있어 단조롭지 않고 개그와 진지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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